-
#11. '물결치는 파도' 심문섭 (1943~)아트 컬렉터를 위한 작가소개/대가_작고, 원로작가 2022. 4. 7. 09:04728x90반응형
'물결치는 파도'
'presentation'
통영에서 태어난 심문섭에게 통영의 바다는 놀이터이자 더 넓은 미지의 세계를 향한 꿈을 키우는 터전이었다. 윤이상, 유치환, 유치진, 김상옥, 김춘수, 박경리, 전혁림 등 대한민국의 쟁쟁한 문학가, 예술가들이 통영에서 나온 것은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풍부한 해산물의 생산에 따른 경제력 덕이 컸다. 유치환이 시를 쓰고 윤이상이 작곡한 교가를 부르며 충렬국민학교를 다닌 그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신문섭은 매일 아버지에게 "돈 십환만 주세요"라며 따라다니며 그 돈으로 갱지를 사 매일 그림을 그렸다.
통영중에 들어간 심문섭은 동양화가 이석우가 미술교사로 그를 가르쳤다. 중학교 3학년 때 부산사범학교를 갓 졸업한 서양화가 김종근이 미술교사로 부임했다. 심문섭의 재능을 알아본 김종근은 제자를 아꼈고 통영고에 심문섭이 진학해서도 관계가 이어졌다.
심문섭 "관계(장소)", 1972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후, 학사장교로 군대에 있을때 마침 부대 뒤에 옹기 공장이 있었다. 쉬는 날이면 틈틈이 공장에 가서 흙으로 테라코타 작업을 하였고 그 작품이 국전에서 특선을 받게 되며 작가로서 데뷔하게 된다. 1968년과 1970년 두 번이나 국전에서 수상한 심문섭은 국내 예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심문섭은 청년작가 시절부터 철, 아크릴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재료로 실험적인 작업을 했다. 1970년 한국의 대표적인 전위적 미술 그룹인 AG(아방가르드 협회)에 참여하는 등 일찍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1971년, 1973년, 1975년 파리청년비엔날레에 선발되면서부터 국제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1981년 일본 하코네의 헨리무어 대상전에서 우수상으로 선정되며 그의 국제적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다. 또한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했던 파리 팔레 루아얄 정원에 초대된 최초의 한국 작가이기도 하다.
심문섭 "반추", 2010년 작가는 전통적인 조각에서 벗어난 '반조각의 조각'을 추구했으며, 조각이 되어가는 배경과 존재의 이유를 찾고자 했다.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혁신적인 작업으로 한국 조각의 세계화를 이끌며 최근까지도 세계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작가는 회화 작업을 시작한다.
우리가 느끼지 못한 것을 드러내서 보여주는 것이 작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제 작품을 감상하면서 과거의 좋았던 순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심문섭 "The Presentation", 2015년 심문섭은 회화작품 'presentation' 을 통해 "바다"를 그린다. 파도가 철썩거리는 곳, 바람이 와 닿는 곳, 햇살이 비치는 곳 모두 다른 바다와 파도의 색을 사용하여 캔버스 위 색들이 어우러지는 것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 각각의 색들이 붓질로 인해 어느 지점에서 서로 교차하게 되고 색들은 서로 대화를 하며 상호작용을 한다. 어느 부분은 색이 살아 숨 쉬는듯 리드미컬하고, 또 한 부분은 애매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런 교차점들이 관객을 끌어당기는 지점이며 상상이 펼쳐지는 시공간을 만들어 회화가 조각처럼 입체적으로 보이는 효과를 준다.
심문섭 "The Presentation", 2016년 심문섭 "The Presentation", 2019년 "보는 사람이 개입함으로써 비로소 제 그림이 완성대요.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고 이것은 시간의 개념이에요. 지웠다가 그렸다가 또 지웠다가 그리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가운데 제가 생각지도 못한 어떤 세계가 피어나게 됩니다. 우리가 느끼지 못한 어떤 것을 드러내서 보여주는 것이 작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제 작품을 보면서 사람들이 상상의 세계를 동원하고 그래서 자기의 옛날 기억으로 여행을 떠나게 해주고 싶어요."
l 심문섭 작가의 이야기를 마치며... l 심문섭은 조각가로서 이미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온 대가이지만 평면회화를 통해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도전했다. 평생의 삶에 영향을 준 통영바다를 관객과 대화하는 매개채로 삼은 것은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면 당연한 선택인 듯하다.
조각가가 회화를 그린다면 어떤 주제로 무엇을 표현할까? 이것에 대한 신선하면서도 독창적인 해답은 신문섭 작가의 Presentation 시리즈에 있다고 생각한다. 심문섭은 다른 단색화가들과 달리 그 주제가 단순명확하고 표현방식이 심플하다. 그렇기에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몰입할 수 있으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웅장함이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한국의 특성상 누구나 햇빛에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뛰놀고 즐거웠던 여행의 추억 하나 정도는 있을 것이다. 심문섭의 그림을 보며 과거 즐거웠던 바닷가 여행속으로 떠나 커피 한잔 마시는 것은 어떨까? 그의 그림은 복잡한 철학보다 관객 각자의 바다 여행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
참고자료 "캔버스 위에 물결치는 조각가 심문섭의 세계", 리빙센스, 2022.02.21
참고기사 "조각가 심문섭, 통영선 안 먹던 멍게, 해삼 서울 와 즐겨", 중앙선데이, 2021.04.17728x90반응형'아트 컬렉터를 위한 작가소개 > 대가_작고, 원로작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 '수묵추상' 서세옥 (1929~2020) (0) 2022.03.24 #9. '문자추상' 남관 (1911~1990) (0) 2022.03.16 #8. '바디스케이프' 이건용 (1942~) (0) 2022.03.11 #7. '고암' 이응노 (1904~1989) (0) 2022.03.07 #6. '꽃의 화가' 김종학 (1937~) (0) 2022.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