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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수묵추상' 서세옥 (1929~2020)아트 컬렉터를 위한 작가소개/대가_작고, 원로작가 2022. 3. 24. 09:12728x90반응형
'수묵추상'
1929년 대구에서 태어난 서세옥의 아버지 서장환은 독립운동과 의병 가족 지원 자금줄 역할을 한 항일지사였다. 1921년에는 지하신문인 <자유신보>를 발간해 독립운동을 홍보했고, 영문판으로 제작해 외국에도 일제의 횡포를 알렸다.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에 서세옥을 주축으로 동양화 작가들이 1986년 제작한 폭 20미터짜리 <3.1 만세운동>이 걸리고, 이 그림이 2019년 발간된 3.1운동 100주년 기념우표에 수록된데는 이런 인연과 사연이 있다.
본래 서세옥은 그림보다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문학이란 언어의 부호인 문자의 노예가 됨으로 자유가 없다고 생각한 그는 미술을 택했다. 서세옥의 부친과 막역한 사이이자, 민족대표 33인 중 한명인 길선주 목사의 아들 길진섭(후에 서울대학교 교수를 엮임)이 일본에서 서양화를 공부하고 왔다고 하여 그에게 석고 데생을 배웠다.
1946년에 설립된 서울대학교 미술학부에 서세옥은 1기로 입학했다. 당시 동양화가 교수를 지낸 근원 김용준의 전통미술 교육과 묵법 화풍의 영향을 크게 받아 간결한 선, 담채에 의한 담백한 공간 처리를 중시했고, 독립에 대한 절박감과 함께 일본화풍의 미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었다.
서세옥은 대학 4학년 때, 해방 후 첫 국가 공모전으로 신설된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으면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1950년대 후반 그는 전쟁과 분단을 겪은 민족의 울분을 수묵추상으로 표현하며 미술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그는 '그리는 행위'에 대한 근원적 문제 제기를 하며 닥종이에 그저 먹 점만 연이어 찍은 <점의 변주>와 붓이 갈라지는 대로 획을 그은 <선의 변주>를 1959년 그렸다.
서세옥 왼쪽부터 "선의변주", "점의변주", 1959년 1960년 서세옥이 주축이 되어 서울대 미대 출신 동양화가들이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수묵을 실험하기 위해 묵림회를 결성하였다. 묵림회의 설립 배경에는 당시 국전 심사위원을 일제시대 조선총독부 주관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잘나갔던 친일화가들이 장악하였고, 일본풍의 그림이 득세하는 현실을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친일 청산의 의지로 이를 바로잡기 위해 국전 참가를 거부하며 국전동양화 혁신운동을 펼친 서세옥은 국전개혁위원장으로 위촉됐고 화단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한국미술의 국제화 흐름에 앞장서 상파울루비엔날레, 카뉴국제회화제 등 국제적인 무대에서 활약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인간의 형상을 바탕으로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에 귀의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찾고자 하였다. 이 '인간' 시리즈 중 하나인 <군무>는 몇 개의 단순한 선으로 사람의 형상을 표현하면서도 동작과 표정이 매우 풍부하여 묵법의 기법이 빚어내는 특유의 공간구성을 보여준다.
서세옥 "군무", 1988년 서세옥은 서울대학교 교수로 후학을 양성한 후, 성북구립미술관 명예관장을 맡았고 2014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 100점을 기증해 기념전이 개최됐다. 그는 자신의 예술과 철학을 "실상과 허상이 조화를 이루면 모두가 정토가 아니던가. 여기에 나의 붓끝이 닿으면 춤과 노래가 흥겹게 어우러질 것이다" 라고 설명했다.
서세옥의 비록 고인이 되었지만 그의 재능과 철학은 장남 서도호에게 대물림되었다. 서도호는 천과 실로 만든 설치작품으로 유명한 현대미술가이며 그의 차남 서을호는 건축가로 두아들 모두 국제미술제인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참여하였다.
l 서세옥 작가의 이야기를 마치며... l 서세옥은 동양화가로서 그동안 유화와 아크릴 물감만 봐왔던 우리에게 먹과 붓으로 그린 수묵추상을 보여준다. 옥션의 프리뷰 전시에서 서양화를 포함한 서구 미술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과 나란히 걸린 그의 작품을 보면 수묵에 대한 그의 자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일제치하와 해방이후 우리의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서세옥의 그림을 보며, 그동안 서양문물 속에 너무 깊숙이 빠져 우리 고유의 정신을 놓친게 아닌가 하는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한다.
한국성을 대표하는 미술이란 무엇일까? 그림을 시작한 20대 청년기부터 평생을 전통 재료인 지필묵을 고집해오며 땀흘린 서세옥의 유산은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과 메세지를 던진다.
참고서적 "살아남은 그림들", "두산백과"
참고기사 "[인터뷰] 수묵 현대화의 선구자 산정 서세옥 화백 "통일의 그날 남북이 손잡고 춤추는 모습 그릴터", 국민일보, 2015. 11. 08728x90반응형'아트 컬렉터를 위한 작가소개 > 대가_작고, 원로작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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