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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침묵의 화가' 윤형근 (1928~2007)
    아트 컬렉터를 위한 작가소개/대가_작고, 원로작가 2022. 1. 1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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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의 화가"

     

     충북 청주 출신인 윤형근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상과에 진학해 은행원이 되었지만 결국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먹게 된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시험을 치르게 되고 이때 김환기 시험 감독을 만나게 된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지만 반정부 운동에 가담한 후 학교를 떠나게 되고 이후 그림을 그리기 위해 홍익대학교로 편입하게 되는데, 서울대에서 홍익대학교 교수로 옮겨간 김환기가 도움을 주게 된다. 이후 윤형근은 스승 댁에 드나들었고 김환기의 장녀 김영숙 여사와 나란히 홍익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결혼한다.

     

     윤형근의 초창기 그림은 밝은 색채에 풍부한 감수성을 담았고 때로는 무지개빛 색띠를 이루기도 했다. 숙명여자고등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하던 1966년 서울 신문회관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당시 윤형근의 작품은 매우 서정적이고 풍부한 감성을 지녔으며 그의 스승이자 장인인 김환기의 영향을 깊이 반영하고 있다.

     

    윤형근 드로잉, 1970, 종이에 유채

     

    윤형근 "제목미상", 1966년경

     


     1973년 숙명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던 당시 윤형근은 당대 최고의 권력자인 중앙정보부장의 지원으로 부정 입학했던 학생의 부정입학 비리사건을 폭로했다가 '반공법 위반'의 누명을 쓰고 서대문 형무소로 잡혀가 고초를 겪게 된다. 이후 그의 작품에서는 밝은 색채가 사라지고 전형적인 '검은' 작품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극도의 분노와 울분을 경험한 연후인 1973년, 그의 나이 만 45세에 비로소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때 서러움과 울분을 표현한 '속이 타들어 갈 때'의 색을 형상화한 듯 '청다색'이 등장한다. 

     

     암갈색의 엄버(umber)는 흙색을 닮았을 뿐 아니라 실제로 토양에서 유래한 물감 이름이다. 윤형근 화가는 갈색 엄버와 군청색에 가까운 짙은 블루의 두가지색을 섞어 푸른 기운을 머금은 검정에 가까운 색채를 탄생시켜 사용하였고 거기에 오일을 섞어 면포나 마포위에 내려 그었다.

     

     작가는 안료에 농도를 달리해 기름을 섞어가며 자신만의 물감을 직접 만들었다. 스스로 "추사체의 절제된 추상적 회화미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 만큼 추사 김정희의 영향을 받아 선을 그린다기보다 획을 그어 작품을 완성했다."내 그림은 천지문이다" 라고 말한 작가의 말처럼 갈색 엄버는 땅이고 푸른 블루는 하늘이다. 땅 위에 하늘을 겹침으로 칠하지 않은 중앙 부분의 여백은 문이 된다. 내려그은 획은 기둥이 되고 선에서 우러난 번짐이 마포 위로 퍼져나갔다.

     

     그의 작품은 색채도 형태도 작업 방식도 매우 간결하고 단순하여 수수해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는 강렬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는 이렇게 무심한 작품들을 통해 한국 미학이 추구했던 수수하고 겸손하고 푸근하고 심심한 '미덕'을 세계적으로 통용될만한 현대적 회화 언어로 풀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윤형근 "청다색", 1978


     1980년대 후반 이후 윤형근의 작품은 형태와 색채, 과정과 결과가 더욱 엄격해지고 간결해진다.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첫 전시에 참여하며 국제적 입지를 세웠다. 작가가 세상을 떠난 2007년, 그는 20여 점의 연작을 남겼다. 작품 초기에 즐겨 썼던 하얀 면포를 다시 사용하여 단 두 개의 검은 사각형을 나란히, 비스듬히, 쓰러질 듯 기대어 놓았다. 이 작품들은 작가 일생의 화두를 정리하는 작업이었다.

     

    윤형근 "청다색", 1992

     

      l 윤형근 작가의 이야기를 마치며... l  국내 작가와 그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컬린이 시절 옥션 경매 출품 작품들중 윤형근 작가의 그림을 만나게 되었고 그 앞에서 한참 동안을 아내와 함께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오랜 세월을 머금은 고서와 같이 누르스름하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면포위에 무심한 듯 세워진 검은기둥 한두개는 당시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고 윤형근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선명히 기억하게 되었다.

     

     망설임없이 일필휘지로 올곧게 그어진 기둥과 여백은 확신에 가득찬 힘을 느끼게하였고 그 속에 어떤 뜻과 의미를 담았을지 나의 궁금함을 자극했다. 그렇게 스터디하게된 윤형근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며 앞으로 윤형근의 그림을 볼때마다 더 큰 감동을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

     

     

     

    참고서적 "살아남은 그림들"
    참고문헌 국립현대미술관 MMCA 뉴스레터 "하늘과 땅, 그사이 열린문 <윤형근>,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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